한국화로 아름답게 장식된 텀블러와 머그잔, 석굴암을 정교하게 재현한 미니 조명, 단원 김홍도의 그림 속 술에 취한 선비가 재치 있게 표현된 술잔까지.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가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문화 상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박물관의 뮷즈 매출액은 무려 212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재단 설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한 역사적인 성과다. 특히 2020년 37억6100만원이었던 매출액과 비교하면 5년 사이 465.9%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기업특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이 뮷즈 제품을 접했다"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한국 문화 상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뮷즈의 매출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20년 37억61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65억9100만원으로 75.2%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116억920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2023년에는 149억7600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놀라운 성장을 이끈 주역은 바로 젊은 세대다. 내국인 구매자의 연령대별 분석 결과, 30대가 3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대와 40대가 각각 17.4%, 50대 이상이 17.1%, 10대가 11.5%를 차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는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또한 외국인 구매자의 비중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구매자의 5.9%에 불과했던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에는 16.8%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뮷즈 제품을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뮷즈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답을 뮷즈 제품의 '실용성'과 '창의적 재해석'에서 찾는다. 과거 박물관 상품은 대부분 유물의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단순한 기념품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뮷즈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문화유산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스토리는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MZ세대는 소비를 할 때 단순히 물건을 획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나 서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기 뮷즈 제품 중 하나인 '취객선비 3인방'의 경우, 술을 따르면 인물의 얼굴색이 마치 취기가 돈 것처럼 변하는 재미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이처럼 기능에 재미를 더하고,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아 서사성을 추구하는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뮷즈의 인기가 박물관 관람객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예로 들면, 지난 5년간 오프라인 뮷즈 매출액은 2020년 9억원에서 2021년 21억원, 2022년 55억원, 2023년 67억원, 2024년 86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 역시 2020년 77만 명에서 2021년 126만 명, 2022년 341만 명, 2023년 418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2024년에는 379만 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329.2%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뮷즈가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을 넘어, 박물관과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문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관계자는 "뮷즈가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뮷즈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유산과 박물관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방문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뮷즈의 성공은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가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순히 '전통'이라는 키워드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실용성을 더한 창의적인 접근 방식 덕분이었다. 이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이 박제된 형태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이어질 때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뮷즈의 성공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뮷즈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뮷즈의 성공은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창의적인 문화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