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듭된 거부권 행사로 주춤했던 특검법 추진을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기존의 김건희·내란 특검법이 아닌 '명태균 특검'을 새롭게 내세웠다. 민주당은 이 특검을 통해 '명태균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명태균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앞서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을 분리해 '명태균 특검법안'을 2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월 국회가 열려 있는 만큼 그 안에 추진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이 '명태균 특검'을 꺼내든 이유는 크게 원내 전략 강화, 검찰 수사 압박, 여권 대선 주자 견제 등 세 가지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거듭된 거부권 행사를 통해 특검법을 무력화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검 무용론'이 퍼졌다. 실제로 국회를 통과한 6차례 특검(김건희 특검 4회·내란 특검 2회)이 모두 거부권 행사로 막히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특검 추진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설 연휴 기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명 씨를 면회한 이후, '명태균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명 씨는 박 의원과의 면회에서 "지난해 12월 2일과 3일, 명태균 측이 황금폰 공개와 특검을 압박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두려움을 느껴 그날 밤 계엄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의 내란 사건과 명태균 게이트가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명 씨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특검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명태균 특검'은 기존 특검 무용론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창원지검의 명 씨 관련 수사가 계엄 이후 지지부진한 점도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이유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여론조작,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공천 개입 등 창원지검의 수사로 밝혀진 것이 없다. 소환된 정치인도 없다"며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계엄 직전까지 속도를 내던 창원지검의 수사가 갑자기 멈췄다. 검찰이 '황금폰 폐기교사설'까지 나오도록 방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보고, 특검을 통해 강제 수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태균 게이트는 국민의힘 내 유력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명 씨의 입이 열리면 홍준표, 오세훈, 이준석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이미 공개된 녹취록에도 오세훈, 홍준표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검찰은 이를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대통령에게 보고를 마쳤음에도 두 달이 지나도록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특검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명태균 특검'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