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 획득 당시의 벅찬 감동과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15년 만에 공개된 JTBC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당시에는 아닌 척했지만 너무 간절했다"고 고백하며,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2010년 2월 26일,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연기가 끝나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 장면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김연아는 이 순간에 대해 "경기 끝나고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당시에는 아닌 척했지만 너무 간절했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강철 멘탈', '강심장'으로 불리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던 김연아이기에, 이 고백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김연아는 이 경기에서 프리스케이팅 150.06점, 쇼트프로그램 78.50점을 합쳐 총점 228.56점이라는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한국인 최초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많은 분들이 '강철 멘탈', '강심장'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긴장을 안 할 수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속에서 굉장히 떨고 있었다"며 "자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까지가 경기의 일부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퇴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고 한다. 그는 "걱정이나 불안, 두려움들이 은연중에 체화돼서 아직까지도 남아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선수 시절 겪었던 심리적 압박감을 짐작하게 했다.

 

김연아는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은메달을 획득했던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SBS 방상아 해설위원의 격려에 눈물을 흘렸던 김연아는 "당시 결과가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다고 많이 해석됐지만, 사실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그 이상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다. 그만한 힘도 남아있지 않았고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다른 그동안 참아온 감정들이 한 번에 터진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의 진솔한 고백은 '피겨 여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졌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