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식과 역사를 담은 책들

병자호란에 관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척화파’의 리더 김상헌은 고집스러운 명분론자로 묘사되며, 남한산성에서 왕과 신하들이 모두 죽더라도 외적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끝까지 싸우다가 패할 때 화친해야 한다”는 김상헌의 상소를 읽으면 그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그는 적절한 군사력을 통해 힘을 과시해야 유리한 강화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책은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조선 정체론’을 주제별로 분류된 42종의 조선시대 문헌을 통해 반박하고 있다. 

 

조선을 망친 수구세력으로 알려진 노론과 그 수장 송시열이 ‘여성 총포수 징집’이나 ‘사족호포론(양반도 군포를 납부해야 한다)’을 주장한 사실이나, 숙종 시대 조선과 청나라 산학자들 간의 ‘수학 배틀’ 같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성리학과 조선이라는 국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을 펼치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 홍성준 지음, 시여비 펴냄